바닷가 파란 의자
#1.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로 시간을 노래했다. 그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 해변가 작은 카페 '파도' 앞에도 늘 그 자리에, 파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볕에 바래고 소금기에 절어 본래의 색을 잃고 하늘색에 가까워진 낡은 나무 의자.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살짝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의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카페 주인 현수 씨는 그 의자를 일부러 밖에 내놓았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마치 그 자리가 제 운명인 듯, 의자는 묵묵히 수많은 시선과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의자에는 유독 한 사람이 자주 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