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텃밭의 비밀
회색 도시의 섬, 지훈 숨 막히는 회색 빌딩 숲 사이, '회색 성채'라 불리는 낡은 아파트가 있었다. 그곳 703호에는 프리랜서 번역가 지훈이 살았다. 그는 세상과 단절된 섬이었다. 창밖으로는 표정 없는 건물들만 보였고, 집 안에서는 키보드 소리와 커피 내리는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이웃들은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굳게 닫힌 현관문들은 각자의 외로움을 견고하게 지키는 듯했다. 아파트 옥상은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이었다. 깨진 타일 조각과 정체 모를 쓰레기들이 뒹굴었고, 도심의 소음만이 공허하게 맴돌았다. 지훈에게 그곳은 도시의 삭막함을 응축해 놓은, 올라갈 이유가 없는 곳일 뿐이었다. 그의 일상은 조용했고, 평온했지만, 그만큼 외로웠다. 녹색 씨앗, 관계의 시작 ..